
GAIA 시리즈
나는 언제나 가려진 뒤편을 들여다본다. 도살장과 발골실에서 음식물 쓰레기통과 안치실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외면한 추한 장면들이다.
이러한 장면의 전면에는 아름답고 숭고하거나 유익한 것으로 포장된 것들이 놓여 있다. 그것은 나뭇가지나 야생 짐승과 같은 '순수한 자연'이 아니다. 이미 인간의 분류와 관리 체계 속에 들어온 산업 생물들, 실험실에서 유효성을 인정받은 물질들, 긍정적 문화 코드가 덧씌워진 존재들이다. 우리 삶에 과하게 노출되어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오히려 보이지 않게 된 것들이다.
나는 배제된 뒤편과 과잉 노출된 전면을 함께 놓으며, 괴리 속에서 인간이 규정한 미와 추의 위계를 흔들고, 그 균열 속에서 드러나는 불안정한 리듬을 자연으로 감각하고자 한다.
그 괴리의 첫 장면은 ‘죽은 돼지’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살아 있는 돼지의 이미지, 정육된 돼지 고기, 그리고 낯선 죽은 돼지. GAIA 시리즈 초창기, 나는 가축으로 사육되다가 도축된 돼지 사체를 인공적 형식 속에 밀봉하며 사회가 차단하고 은폐한 장면을 드러냈다.
이렇게 GAIA 시리즈는 인간 사회가 규정한 추한 것이 은폐된 상황에 초점을 맞추며 출발했다. 시리즈의 중반에는 그 뒤편과 전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의 진폭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이어졌고, 후반으로 가면서 그 진폭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미와 추의 구분짓기를 벗어나는 수용의 작업으로 귀결되었다.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나는 자연의 디폴트가 바로 이 '무심'에 있다고 본다. 선악 같은 가치 판단에서 벗어난, 있는 그대로의 상태. 이 무심은 현실을 회피하고 억제할 때 나타나기도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온전히 수용했을 때 비로소 도달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무심은 회피의 결과일 수도, 수용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무심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추하다고 여겨지는 것과 아름답다고 포장된 것 모두를 동등한 시선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 만든 경계를 넘어선 자연의 리듬을 감각할 수 있다.
1. 은폐에 대해 (2018–2019)
《GAIA-prologue》 (2018),
《GAIA-pat1: Inflammation》 (2019),
《GAIA-part2: White》 (2020)
《GAIA–Prologue》에서는 돼지 사체를 지층 흙 탑 아래에 삽입하고, 관객이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며 돼지불고기 햄버거를 먹도록 유도했다. 설치는 형식적으로 평온하고 중립적이지만, 그 맥락에는 불편함과 잔혹성이 공존한다. 나는 이 양가성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며, 죽은 동물, 인간의 소비, 포식의 구조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대신 하나의 장면처럼 놓아둔다. 관객은 그 안에서 잔혹함과 일상성, 혐오와 익숙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가축을 기르고 처리하는 이 모든 시스템 역시 자연의 순환 속에 있다. 이는 그 행위가 옳다는 의미가 아니라, 잔혹한 인간, 슬퍼하는 인간, 무참히 죽은 돼지, 그리고 그것을 감상하는 관객 모두가 같은 자연의 일부임을 감각하게 하려는 시도였다.
이 시기의 작업은 현실을 의도적으로 구조 속에 차단하며, 직접적 마주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을 취했다.
-《GAIA–prologue》 현실은 침묵의 탑 속에 밀봉되었다. 지층탑 아래 돼지 사체를 깔아두고 햄버거 단면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은, 직접적 마주침보다 구조를 먼저 감각하게 유도한다. 관객의 시야와 현실의 거리를 의도적으로 분리함으로써, 현실은 존재하지만 직시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결국 탑은 무너지지 않았고, 현실은 침묵의 탑 속에 밀봉되었다.
-《GAIA-pat1: Inflammation》 지층 아래 묻혀 있던 돼지의 사체가 '억압된 현실의 고름'으로 솟아오른다. 그러나 도색된 벽, 소외된 사운드, 레드카펫과 같은 정제된 조형 구조로부터 현실은 제어되고, 감춰지고, 미화된다. 석유를 닮은 그것은 미처 직시되지 못한 현실의 응축물이며, 구조로 위장된 진실이다. 그 현실은 전시장을 떠나 어딘가에 축적되고, 잠복한다. 그리고 4년 뒤, <소화계> 작업에서 스티로폼으로 다시 등장한다
-《GAIA-part2: White》 돼지의 뇌는 자연광 아래 부패하며 냄새를 퍼뜨리지만, 손바닥만한 크기에 불과해 관객은 충분히 안전한 거리를 두고 그것을 바라본다. 돼지피 역시 비닐에 밀봉된 채 매달려 썩어가지만, 비닐 막 뒤편의 시간은 관객의 시간과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는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2. 균열의 시작 (2021)
《GAIA–part3: Twins》 (2021)
Twins는 회피 구조의 한계를 의도적으로 실험한 전환점이다. 이번에는 죽음을 앞둔 '살아 있는 돼지'와 시선을 교환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나는 여전히 표면적으로는 차가운 조형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관계라는 변수를 작품 안에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완전한 차단 구조에 의도적인 균열을 만들어냈다. 초기의 가이아가 철저한 '돌봄 없는 관찰'이었다면, 이 작업에서는 관계 맺음이 가져오는 흔들림과 그로 인한 구조적 불안정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이 변화 역시 좋다, 나쁘다의 가치 판단이 아니라, 회피에서 직면으로의 전환 과정 자체를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3. 직시의 실험 (2023)
《GAIA–소화계》 (2023)
이 작업에서 나는 현실 직시의 강도를 의도적으로 높여 내부로 침투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닭과 스티로폼, 밀웜을 매개로 플라스틱·폐기물도 자연 순환의 일부로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를 구성했다. 닭은 처음에는 단순한 에너지 매개 오브제로 계획되었지만, 나는 직접 사육하는 과정을 통해 통제 불가능한 관계적 변수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이때 발생하는 애정과 상실, 불편함과 즐거움의 복합적 감각들을 모두 같은 순환의 일부로 수용하는 태도를 실험했다. 나는 이 과정에서 현실이 기분 좋은 고조→실망→해체→덤덤함의 곡선을 그리며 작업 안으로 스며드는 양상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4. 수용의 연습 (2024)
《GAIA–비빔》 (2024)
회피의 대상이었던 벌레를 직접 돌보며 직시의 전환을 실험한다. 관계 맺음은 현실 인식이 바뀌는 중요한 계기지만, 그 인식은 거리·속도·리듬에 따라 조율된다. 벌레를 키우는 행위 역시 혐오와 애정, 불쾌와 귀여움이 공존하는 장면으로, 그 어느 것도 절대적 가치로 고정하지 않는다.
5. 직시와 수용의 순환 (2025)
《GAIA–피식의 서》 (2025)
인간 죽음의 뒤편과 내 안의 미생물 군집을 동시에 마주한다. '밖에서 먹히는 죽음'과 '안에서 자라는 죽음'이 한 화면에 겹치며, 직선적 위계는 순환으로 변한다. 죽기 직전의 극심한 흔들림은 죽은 뒤 흘려보내는 무심으로 전환된다. 이 무심은 초기의 회피된 무심이 아니라, 수용 이후의 무심이다. 현실 인식은 개인의 경계를 넘어 순환하며, 사회적 배제 구조에 균열을 만든다. 회피와 거리두기를 넘어선 곳에서 진정한 직시와 순환이 시작된다.
I have always looked into what lies behind the veil—slaughterhouses and dissection rooms, food waste bins and mortuaries—the ugly scenes that society deliberately pushes aside.
In front of these hidden scenes stand things packaged as beautiful, sublime, or beneficial. They are not the nameless weeds or insects we might call “pure nature,” but rather industrial organisms folded into systems of classification and management, substances legitimized in laboratories, and beings covered over with positive cultural codes. They are so excessively exposed in our lives that they become invisible through familiarity.
By juxtaposing what is excluded with what is overexposed, I unsettle the hierarchy of beauty and ugliness defined by human values. Within the fracture, I try to sense the unstable rhythm of nature itself. The first images of this dissonance were the “hamburger” and the “dead pig.” The familiar images of living pigs, the processed pork on our tables, and the estranging body of the dead animal. In the early GAIA works, I sealed a slaughtered pig’s carcass within artificial structures, bringing into view the very scene society sought to block and erase.
Thus the GAIA series began by focusing on what is hidden as “ugly” in human society. In the middle phase, it revealed the amplitude of dissonance between the hidden and the exposed. In its later phase, I came to embody this amplitude directly, allowing the boundaries of beauty and ugliness to dissolve into a practice of acceptance.
“Heaven, too, is Mu-sim (무심).”
For me, the default state of nature lies in Mu-sim—a Korean word that simultaneously carries the nuance of equanimity (serene acceptance) and indifference (cold detachment). Not in judgments of good or evil, but in the condition of things as they are.
Mu-sim may appear when reality is evaded or suppressed, but it can also be reached when one squarely faces and wholly accepts the essence of what is. It can result from avoidance, or from acceptance. Yet true Mu-sim arises from the will to see all things as they are. When one receives what is deemed ugly and what is packaged as beautiful with equal regard, the human-made boundaries fall away, and the rhythms of nature come forward.
1. On Concealment (2018–2019)
GAIA–Prologue (2018)
GAIA–Part1: Inflammation (2019)
GAIA–Part2: White (2020)
In Prologue, a pig’s carcass was inserted beneath a stratified soil tower, while viewers looked down from above, invited to eat pork-bulgogi hamburgers. The installation was formally calm and neutral, yet within its context coexisted discomfort and brutality. I set these ambivalences deliberately, not to condemn or defend, but to let the scene stand as it is. The dead animal, human consumption, the structure of predation: all were placed in one frame. The audience could feel cruelty and familiarity, disgust and routine, simultaneously. Humans are also part of nature, and the systems of raising and processing livestock belong to the cycle of nature too. This does not mean the acts are “right,” but rather that brutal humans, grieving humans, slaughtered pigs, and spectators alike all exist as nature.
At this stage, the work shut off direct confrontation by enclosing reality within structural forms.
-Prologue: Reality was sealed inside a silent tower. The pig’s body lay buried beneath, while only a photographic cross-section of a hamburger was shown. Structure was sensed before reality; distance was designed into the view. Reality existed but was not directly seen. The tower never collapsed; reality remained sealed within silence.
-Part1: Inflammation: The suppressed carcass emerged as “the pus of repressed reality.” Yet colored walls, muted sound, and red-carpet staging sanitized, concealed, and aestheticized it. What resembled crude oil was not confronted but displaced, disguised as structure. That reality left the gallery to accumulate elsewhere, dormant—only to resurface years later in The Digestive Cycle with Styrofoam.
-Part2: White: A pig’s brain decayed under natural light, spreading odor. Yet at palm-size, it allowed viewers to observe from a safe distance. Pig’s blood, too, rotted within sealed plastic, separated by the thin membrane of time. A performance to rupture it never came to pass.
2. The First Fracture (2021)
GAIA–Part3: Twins (2021)
Twins marked a turning point, testing the limits of avoidance. Here, I set a situation of exchanging gazes with a pig still alive, nearing death. While maintaining a cold sculptural language, I introduced the variable of relation, fracturing the complete barrier of earlier works. If early GAIA was “observation without care,” this work explored the instability and tremor of engaging in relation. Again, this was not to deem such a shift good or bad, but to regard the transition from avoidance to confrontation itself as part of nature.
3. Experimenting with Confrontation (2023)
GAIA–Digestive System (2023)
Here I heightened the intensity of confrontation, allowing reality to penetrate inward. Through chickens, Styrofoam, and mealworms, I staged a chain where even plastic and waste could be folded into the cycle of nature. Chickens were at first conceived merely as energy-mediating objects, but through raising them myself, I invited uncontrollable relational variables into the work. Affection, loss, discomfort, delight—all coexisted as parts of the cycle.
I observed how reality drew a curve of emotional flow: elevation → disappointment → dissolution → calm detachment, seeping into the work as record.
4. Practicing Acceptance (2024)
GAIA–Synthesis (2024)
This time, I experimented with acceptance by raising insects I once avoided. Relation transforms perception of reality, but the tempo of that recognition depends on distance, speed, rhythm. Caring for larvae embodied the coexistence of disgust and tenderness, repulsion and endearment—none fixed in absolute value.
5. Circulation of Confrontation and Acceptance (2025)
GAIA–Scripture of the Preyed (2025)
Here, I face both the external fact of human death and the internal swarm of my microbes. “The death that is consumed from outside” and “the death that germinates from within” converge in one frame. Linear hierarchies collapse into circulation. The violent tremor before dying transforms into the Mu-sim that follows death. This is not the Mu-sim of evasion, but the Mu-sim of acceptance. Recognition circulates beyond the personal boundary, creating fissures in structures of social exclusion. Beyond avoidance and distance, true confrontation and circulation be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