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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의 시작
The Beginning of a Circle

단채널 FHD 영상, 컬러, 유음, 12분 20초, 2024

 

 

Single-channel Full HD video, color, sound, 12 min 20 sec, 2024

일반 시민 11명과 직가 본인으로 구성된 12명의 《GAIA-비빔》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버터에 구운 흰다리새우 10마리, 백미, 디저트로 차려진 만찬을 함께 나누며, 의도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생성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그라미의 시작>은 이 식사 퍼포먼스와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기록한 영상 작품이다.

12명의 참여자는 본인이 설계한 먹이사슬 구조 속에서 직접 파리 유충과 새우를 키우는 행위자이자 관람자, 감독이자 배우로서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간다.

이 식사 퍼포먼스는 음식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단순히 캠페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일부러 ‘만드는’ 행위가 지닌 윤리적 흔들림과 감정적 파열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각자 파리 유충을 직접 키우고, 파리 유충과 새우의 먹이를 만들고 벼의 비료를 만들며, 먹이사슬 안에서 ‘먹이는 자’이자 ‘먹히는 자’, 설계자이자 감정의 행위자로서의 위치를 체험하게 된다.

음식을 일부러 남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이도 있었고, 쓰레기를 만들기 위해 타인의 잔반을 구하거나, 혐오감 때문에 제공을 거부하는 이도 있었다.

이 감정의 불일치와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은 실험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대신, 선형 구조 속에 감정의 비선형적 전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프로젝트는 전시 말미에 12명이 다시 전시장 내 설치된 테이블에 모여 첫 만찬과 동일한 메뉴로 식사를 나누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되었다.

이 장면은 영상 작품 <다시 동그라미의 시작>으로 완성되었으며, 에너지 순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변수들과, 가까이 있었지만 외면하거나 인식하지 못했던 풍경들을 들여다봄으로써, 기존의 사고방식에 균열을 내고 아름다움의 범주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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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IA-Synthesis project began with a meal shared by twelve participants—eleven citizens and the artist. They dined on ten butter-grilled whiteleg shrimp, white rice, and dessert, intentionally generating food waste as the starting point of the project.

The work The Beginning of a Circle is a video recording of this meal performance and the conversations exchanged during the meal.

Within an artist-designed food chain, the twelve participants take on the role of humans—not only as active agents and spectators who raise fly larvae and shrimp, but also as directors and actors shaping the project from within.

Although the framework appears to resemble a food waste reduction campaign, complete with seemingly goal-oriented “missions” and a hierarchy of aquaculture and consumption, the project ultimately seeks to reveal the complexity and multiplicity of human relationships within nature.

For instance, participants were asked to collect food waste to feed the fly larvae. Some deliberately left food uneaten or borrowed scraps from others in order to provide feed. Others, repelled by the larvae, were reluctant to offer waste. Still others prioritized minimizing food waste over the mission itself and refused to leave any behind.

In this way, the project’s direction remained open-ended, allowing for unpredictable outcomes. Within a linear structure devised by the artist, nonlinear and expansive movements emerged.

The project culminated in a final performance where the twelve participants reconvened at the exhibition’s end, seated once again at a table to share the same menu as the opening meal. This closing moment became Back to the Beginning of the Circle, a video work that documents the full arc of the process.

By observing the variables that arose during the cycle of energy reuse—and by closely examining the immediate, often overlooked or uncomfortable landscapes that emerged—the project aimed to fracture established modes of thinking and offer a space to expand our understanding of what beauty can be.

통로 1
Passage 1

단채널 FHD 영상, 컬러, 무음, 약 15분 반복, 2024

 

 

Single-channel FHD video, color, silent, approx. 15 min, looped,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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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1〉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라는 파리 유충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영상 작업이다.

작가 본인을 포함한 12명의 참여자는 첫 만찬에서 생성된 음식물 쓰레기뿐 아니라, 각자의 일상에서 나온 잔반을 사육통에 투입하며 일정 기간 유충을 키우고 관찰했다.

부패한 음식물과 꿈틀거리는 유충이 얽힌 디스토피아적 풍경은, 예상과 달리 묘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그 감각은 단순한 시각적 쾌감이 아닌, 생명을 돌보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 작은 애정의 진입점이었고, 이는 참여자 다수가 공통적으로 경험한 감정적 반응이었다.

반면, 전시장에서 이 장면을 처음 마주한 관객은 유충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은 채 작품을 응시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불쾌감이나 혐오를 감각하게 된다.

이는 일시적인 반응이지만, 반복되는 영상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감각이 무뎌지고, 어느새 무심하게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이 감정의 이행은 본인이 GAIA 시리즈 초기에 경험했던 억제와 무뎌짐을 통한 무심함과 닮아 있다.

즉, 관객이 작품을 통해 경험하는 감정과, 유충과 관계를 맺은 참여자들이 느낀 감정은 전혀 다르게 무심하거나, 전혀 다르게 흔들릴 수 있다.

관객은 억제와 무뎌짐을 통해 무심해지거나, 본능적인 혐오로 흔들릴 수 있다.

반면, 본인을 포함한 참여자들은 받아들임과 흘려보냄을 통해 무심해지거나, 그리움과 죄책감 같은 정서적 반동에 의해 흔들렸다.

〈통로 1〉은 혐오와 불쾌함이라는 생물학적 반응이, 관찰과 돌봄뿐 아니라 익숙해짐, 무뎌짐, 감정 억제 같은 감각적 이행의 과정을 거치며 감정의 흔들림에서 감각의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업은 우리가 감각하는 ‘아름다움’의 범주와 생명에 대한 애정의 조건뿐 아니라, 그 감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환되는지를 묻는다. 감정은 고정된 태도가 아닌, 유동하는 반응일 수 있는가?

작품은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모두 통과하는 식사 퍼포먼스 테이블 주변에 투사되며,

불쾌와 쾌감, 생명과 소멸, 음식과 배설의 경계가 교차되는 ‘통로’로 기능한다.

This video documents the fly larvae feeding on food waste, filmed from an observational perspective.

Twelve participants in the project, including the artist, raised fly larvae over a period of time, placing not only the food scraps from the initial communal meal but also food waste collected from their daily lives into individual breeding containers.

What was unexpected was the discovery of a certain beauty within the dystopian landscape of rotting food and writhing larvae.

This was not simply a product of the artist’s aesthetic sensibility, but an emotional shift that naturally emerged through the process of caring for the larvae—an experience of beauty that many participants came to share.

By exploring the biological responses of aversion and discomfort, the work prompts reflection on the boundaries of our sensory and emotional frameworks, and gestures toward the possibility of expanding the notion of beauty beyond prejudice.

The video is projected near the table used by the participants during both the opening and closing meals of the project.

In this space—where disgust and delight, life and death blur—food and life, decay and regeneration intersect, prompting us to question the familiar boundaries we take for granted.

통로 1-1
Passage 1-1

12명 참여자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은 파리 유충의 배설물을 비료로 주며 작가가 재배하다가 쌀 수확 직전 죽은 벼, 단채널 FHD 영상, 컬러, 무음, 약 1분, 12명의 벼 재배 상자, 흰 천 위에 죽은 벼 12단, 2024

 

 

Twelve rice plants cultivated by the artist using fertilizer made from the excrement of black soldier fly larvae fed with food waste from 12 participants; all plants died shortly before harvest. Single-channel FHD video, color, silent, approx. 1 min, 12 rice cultivation boxes, 12 bundles of dead rice on white cloth,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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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1-1〉은 먹이사슬 실험의 부산물로 생성된 파리 유충의 배설물을, 비료로 활용하여 벼를 재배하는 과정과 그 실패를 기록한 설치 작업이다.

나는 참여자 12명이 제공한 음식물 쓰레기에서 출발한 순환의 끝을 벼라는 작물에 기대했지만, 물 관리 실패로 인해 모든 벼가 말라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시는

생존 중이던 벼 잎맥을 생물 현미경으로 촬영한 단채널 영상,

말라 죽은 벼가 남겨진 재배 상자,

각각의 볏단을 수의를 입히듯 정갈히 묶고 고깔을 덮은 설치물로 구성된다.

이는 염습의 의식을 식물에게 전이한 형식으로, 우리가 슬퍼하지 않는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파리 유충, 새우, 박테리아 등 다양한 생물들의 죽음이 있었지만, 벼의 죽음은 유독 감정적인 슬픔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참여자와의 대화 속에서 본인은 벼의 죽음을 두고 ‘상실의 감정’이 아닌 ‘실패의 아쉬움’을 느꼈음을 고백한다.

이 감정의 비대칭은 인간이 어떤 생명에게는 감정을 투사하고, 어떤 존재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애정의 한계와 생물학적 편애를 드러낸다.

〈통로 1-1〉은 GAIA 시리즈 전체가 던졌던 “누구를 슬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조용하면서도 정확한 방식으로 되묻는 작업이다.

In this work, the artist cultivated rice using fertilizer made from the excrement of black soldier fly larvae that had been fed food waste provided by twelve participants.

However, shortly before the harvest, all twelve rice plants died due to a lapse in the artist’s watering schedule.

The installation consists of:

– a single-channel FHD video (approx. 1 min, color, silent) showing microscopic images of the rice leaves while alive,

– twelve rice-growing boxes left with the dried remains,

– and twelve sheaves of dead rice, carefully bound and topped with paper cones,

echoing the Korean mortuary practice of dressing the deceased in white garments and adorning them with ceremonial hoods.

Throughout the project, the deaths of various organisms—fly larvae, shrimp, and bacteria—occurred.

But the death of the rice plants felt strikingly void of emotional sorrow.

During a final meal performance with the participants, the artist confessed that what she felt was not the grief of lost affection, but rather the disappointment of a failed process.

This admission exposed a subtle asymmetry in human emotion:

we mourn some lives deeply, while remaining curiously indifferent to others.

Passage 1–1 is a meditation on that emotional selectivity—on how we define attachment, where we draw the boundary of affection, and what kinds of lives we allow ourselves to grieve.

남겨진 것들
The Remnants
​​

12명 참여자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며 사육한 파리 유충의 유품, 배양 코튼, 2024

 

Remains of fly larvae raised on food waste by 12 participants, cultured cotto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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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들〉은 《GAIA–비빔》 프로젝트의 일부로, 12명의 참여자가 한 달간 제공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란 파리 유충이 남긴 분해 잔여물 위로 또 다른 생명이 자라날 가능성을 상상하게끔 구성된 작업이다.

유충은 결국 흰다리새우의 먹이가 되며 생을 마감했고, 그 과정에서 유충이 미처 먹지 못한 음식물 쓰레기, 혹은 분해하지 못한 잔여물은 배양 코튼 위에서 새로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인간의 관점에서 ‘남겨진 것’, ‘처리되지 못한 것’이라 여겨지는 잔여는 자연의 시스템 안에서는 또 다른 생명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양분으로 전환된다.

이 작업은 그러한 전환의 장면을 보여주며, 우리가 혐오하거나 버리는 감각적 잔여물들조차 생태적 순환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쾌와 불쾌’, ‘가치와 무가치’의 기준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관계적인지, 생명과 폐기, 혐오와 영양 사이의 경계가 어떻게 전복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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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work is part of the GAIA–Synthesis project, featuring traces of fly larvae raised on food waste provided by 12 participants over the course of one month.

The larvae, after completing their lives as feed for whiteleg shrimp, left behind small remains—fragments of uneaten or partially digested food.

These remnants, seemingly useless or “leftover” from a human perspective, become a new source of nutrients for microorganisms, growing on a bed of cultured cotton.

Through this cycle, the work reflects on how notions of disgust and delight, value and waste,

are not fixed but relative—dependent on the lens through which we observe life and matter.

통로 2
Passage 2

작가의 작업실 어항에서 사육한 흰다리새우와 새우의 배설물을 분해하는 광합성 박테리아 기록 영상, FHD single channel video (17’36”), 2024

 

Documentation video of whiteleg shrimp raised in the artist’s studio aquarium and photosynthetic bacteria decomposing the shrimp’s excrement, Single-channel FHD video (17’36”), 2024

〈통로 2〉는 본인의 작업실 어항에서 사육된 흰다리새우와, 그 배설물을 분해하는 광합성 박테리아의 활동을 하나의 화면에 합성한 단채널 루프 영상 작품이다.

육안으로는 어항 속 새우만 보이지만, 양식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실제 이 수조 안에는 박테리아 또한 함께 사육되고 있었다. 이로써 관객이 인식하지 못하는 생명까지도 하나의 생태계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작품은 눈에 보이는 생명과 보이지 않는 생명이 동일한 공간에서 기능하며 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이나 새우에게는 불쾌하고 유해한 배설물이, 박테리아에게는 생존을 위한 영양원이 되는 전환의 장면을 통해, ‘폐기물’에 대한 관점과 감각의 고정된 위계를 재고하게 만든다.

〈통로 2〉는 감각적 혐오와 생태적 유용함이 공존하는 세계, 생명의 순환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내부 구조를 조용히 보여주며,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존재 간의 비가시적 관계성을 사유하게 한다.

Passage 2 is a single-channel loop video that merges two layers of imagery: footage of whiteleg shrimp raised in the artist’s studio aquarium, and microscopic recordings of photosynthetic bacteria that decompose the shrimp’s excrement.

To the naked eye, only the shrimp are visible. Yet, according to aquaculture experts, photosynthetic bacteria were also being cultivated within the same tank.

This coexistence reveals that even the unseen lives, unrecognized by human perception, function within the same ecosystem.

The work emphasizes that visible and invisible organisms operate together in a shared space, forming a continuous cycle.

Through the scene in which excrement—unpleasant and harmful to humans or shrimp—becomes a vital nutrient for bacteria, the piece invites viewers to reconsider the fixed hierarchy and sensory bias surrounding the notion of “waste.”

Passage 2 quietly unveils an inner structure where sensory disgust and ecological utility coexist, where the cycle of life unfolds in secrecy.

It reflects on the nonhuman, invisible networks of coexistence that lie beyond the boundaries of human-centered thought.

통로 2.1
Passage 2.1

단채널 FHD 양식장 대형 수조로 옮겨져 사육된 흰다리 새우 실시간 중계 영상, 2024

 

Live video stream of whiteleg shrimp raised in a large tank at a shrimp farm, FHD single-channel live video strea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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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2.1〉은 흰다리새우의 생장 과정을 추적하며, 먹이사슬의 다음 순환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본인은 부화장에서 받은 흰다리새우의 알을 작업실 어항에서 직접 부화시키며 사육했고, 새우들이 성장하며 공간이 협소해지자 대형 수조를 갖춘 새우 양식장으로 옮겨 사육을 이어갔다.

양식장의 원형 수조는 12등분 되었고, 각 구획에는 12명의 참여자가 사육한 파리 유충을 사료로 삼는 흰다리새우 약 30마리씩이 분리 투입되었다.

그 중 한 구획에는 수중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전시장 내에서 관객이 새우가 유충을 먹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통로 2.1〉은 앞서 소개된 〈통로 1〉 (파리 유충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장면을 담은 영상)과 나란히 설치되었으며, 최종 만찬이 진행된 식탁 오브제 근처 벽면에 프로젝션 형태로 상영되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인간의 식사, 파리 유충의 식사, 그리고 새우의 식사가 하나의 시공간 안에 공존하는 장면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The artist began raising whiteleg shrimp from fertilized eggs obtained from a shrimp hatchery,

initially growing them in a home aquarium.

As the shrimp grew too large for the tank, they were transferred to a professional aquaculture farm equipped with a large circular water tank.

The circular tank at the shrimp farm was divided into 12 sections.

Each section contained approximately 30 whiteleg shrimp, all fed with black soldier fly larvae raised by one of the twelve project participants.

A waterproof CCTV camera was installed in one section, enabling gallery visitors to view a live feed of the shrimp feeding on larvae in real time.

This work was exhibited alongside Passage 1, which documented the black soldier fly larvae feeding on food waste, and was projected onto the wall near the dining table object used for the final meal.

Through this arrangement—in which the feeding of humans, larvae, and shrimp was simultaneously visible—the artist drew attention to eating as a fundamental act of survival, dismantled the illusion of human exceptionalism, and quietly reaffirmed that humans, too, are simply part of nature.

통로의 기록
The Record of the Passage

참여자 인터뷰 영상, FHD single channel video, 3분 14초, 2024

Interview video with participants, Single-channel FHD video, 3min 14sec,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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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의 기록〉은 12명 참여자의 프로젝트 초기 인터뷰 영상이며, 〈통로의 기록집〉은 《GAIA–비빔》 프로젝트에 참여한 12명의 시민이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개설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의 대화 기록을 출력·제본한 책 작업이다.

표지에 ‘채팅방’이라는 제목이 적힌 이 책자에는 약 한 달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참여자들이 나눈 일상의 언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식물 쓰레기, 파리 유충, 새우, 박테리아를 돌보며 마주친 시행착오와 사유, 감정의 교류, 농담과 질문, 말실수와 갑작스런 변수들이 흘러가듯 기록되어 있다.

이 가볍고 휘발성 있는 디지털 대화를 종이 매체라는 고정된 물성으로 바꾸는 순간, 관객은 이를 엿보는 제3자의 위치로 이동하게 되고, 참여자는 실험체 혹은 관찰 대상이 된다. 생물을 관찰하고 사육하며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이들은, 그들의 언어와 감정이 고정된 책을 통해 피사육자, 피관찰자의 위치로 전환된다.

이는 마치 자연 생태 고리의 일환으로서의 인간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는 시선처럼 작동한다. 연극 대본 속 캐릭터의 행위를 분석하듯, 혹은 사회적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감정 구조를 탐색하듯, <통로의 기록집>은 ‘관찰자와 피관찰자’의 위치가 순환되는 생태적 시점을 제시한다.

책자와 함께 설치된 참여자들의 인터뷰 영상은, 연극처럼 짜인 구조 안에서 진행되었지만, 그 안을 채운 것은 연출된 장면이 아닌, 각자의 실제 삶과 감정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각자의 판단과 소신에 따라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재해석했던 참여자들은, 하나의 먹이사슬 시나리오 속에서 배우이자 감독이 되고, 관찰자이자 피관찰자가 되어 본 작업을 함께 완성해갔다.

이 작업은 2024년 3월, SNS를 통해 모집된 시민 12명과 함께 진행되었으며, 참여자의 연령과 직업, 관심 동기는 다양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실천, 환경 문제, 곤충 키우기에 대한 관심, 예술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흥미, 혹은 본인이 설정한 먹이사슬 실험에 대한 호기심 등.

이러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참여자들이 각자의 리듬으로 유충을 돌보고, 실험을 수용하거나 조정하며 만든 관계와 감정의 기록이 〈통로의 기록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Records of the Passage

프로젝트 참여자 단체 카톡방 대화를 제본한 책, 100*160*11mm, 2024

Printed material of group chat excerpts with project participants, 100×160×11mm, 2024

다시 동그라미의 시작
The Circle Begins Again

단채널 FHD 영상, 컬러, 유음, 16분, 2024

 

Single-channel Full HD video, color, sound, 16 min,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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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A–비빔》 프로젝트의 마지막 장면을 기록한 영상 작품이다. <동그라미의 시작>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에서 12명의 참여자(일반 시민 11명과 작가 본인)가 함께 나눈 첫 만찬을 기록한 것이라면, <다시 동그라미의 시작>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 동일한 참여자들이 전시장에 다시 모여 같은 메뉴를 나누는 장면을 담았다.

메뉴 구성은 동일하다. 버터에 구운 흰다리 새우와 흰 쌀밥, 그리고 디저트. 그러나 음식의 출처와 여정은 전혀 다르다. 첫 만찬에서 사용된 새우와 쌀은 마트에서 구매한 것이었지만, 마지막 만찬에 오른 새우와 쌀은 전 과정을 프로젝트 내부의 먹이사슬 실험을 거쳐 탄생했다.

첫 만찬에서 남긴 음식물 쓰레기는 파리의 일종인 동애등에 유충에게 급여되었고, 이 유충은 건조·가공되어 새우의 사료가 되었다. 또한 유충의 배설물은 벼 재배용 비료로 사용되었다. 그 결과, 프로젝트 과정에서 생존한 새우는 수량이 제각각이었고, 각 참여자는 서로 다른 개수의 새우를 식사로 받게 되었다.

벼는 재배 과정에서 작가의 관리 실수로 대부분 고사해, 수확량이 극히 적었다. 그 때문에 마지막 만찬에서 제공된 흰 쌀밥은 고작 한 숟가락 분량이었다.

이 퍼포먼스는 음식의 형태와 맛이 같더라도, 그 음식이 거쳐 온 여정과 관계, 그리고 그 속에 개입한 생명의 순환 구조에 따라 감정과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드러낸다. 참여자들은 같은 메뉴를 다시 마주하면서,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한 돌봄과 혐오, 애정과 거리감, 생존과 소멸의 기억을 함께 되새긴다. 이는 ‘먹는 자’와 ‘먹히는 자’, ‘처음’과 ‘끝’이 겹쳐지는 순간을 시각화한 의식(ritual)이자, 감정과 생명의 순환을 다시 몸으로 확인하는 장면이다.

〈다시 동그라미의 시작〉은 동일한 식탁 위에서, 같은 메뉴와 다른 시간, 같은 행위와 다른 관계가 겹쳐지는 지점을 포착한다. 그 시간의 겹침 속에서, 순환은 선형적 반복이 아니라, 매번 다른 감정과 변수를 품은 ‘다른 시작’이 된다.

This video work documents the final scene of the GAIA–Synthesis project.

While Beginning of a Circle recorded the first communal meal shared by twelve participants—eleven citizens and the artist herself—at the start of the project, Beginning of a Circle Again captures the same participants gathering once more at the exhibition venue after the project’s conclusion to share the same meal.

The menu is identical: butter-grilled whiteleg shrimp, white rice, and dessert.

However, the origin and journey of the food have completely changed.

In the first meal, the shrimp and rice were purchased from a supermarket; in the final meal, both were products of the project’s internal experimental food-chain cycle.

The leftovers from the first dinner were fed to black soldier fly larvae, which were then dried and processed into feed for the shrimp.

The larvae’s excrement was used as fertilizer for rice cultivation.

As a result, the shrimp that survived through the process varied in number, and each participant received a different portion on their plate.

Most of the rice plants withered due to the artist’s cultivation error, yielding only a minimal harvest—just enough for a single spoonful of rice per person.

The performance reveals that even when food looks and tastes the same, our emotions and perceptions shift according to the food’s journey, its relational context, and the cycles of life that intervene in its making.

Reencountering the same meal, participants revisit memories of care and disgust, affection and distance, survival and decay experienced throughout the project.

This shared act functions as a ritual in which the eater and the eaten, the beginning and the end, overlap.

It becomes a moment to re-embody the circulation of emotion and life itself.

Beginning of a Circle Again captures the intersection where the same table, the same menu, and the same act coexist with different times and relationships.

Within this layering of time, circulation no longer appears as linear repetition, but as a series of new beginnings—each carrying its own emotions and variables.

© Jae-eu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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