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Perhaps
단채널 FHD 영상, 10분, 반복, 2021
FHD single channel video, 10sec, looped, 2021

나는 그 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너무 인간 같아서 숨이 멎을 뻔했다.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지금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섬뜩한 감정 때문이었다. 우리는 같은 유전체만 가진 게 아니었다. 우리는 같은 감정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쩌면〉은 작가가 도축 직전의 돼지를 마주하고, 그 한쪽 눈을 클로즈업으로 촬영한 단채널 루프 영상이다.영상은 아무 움직임 없이 단지 돼지의 한쪽 눈만을 응시한다. 그러나 그 눈에는 슬픔, 공포, 체념, 기대할 수 없는 무엇이 차 있다.
이 정지된 눈은 단순한 동물의 시선이 아니다. 너무도 사람과 닮은, 감정을 품은 생명체의 눈동자다. 작가는 이 장면을 촬영하며, 단지 시각적 유사성을 넘어 감정, 존재감, 공통된 생물학적 속성을 직감한다.
사전 리서치를 통해 돼지의 유전체가 인간과 매우 유사하여 장기 이식이나 각막 이식에 활용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지만, 실제 눈을 마주했을 때, 그 유사성은 정보가 아닌 감정의 충격으로 작용했다.
〈어쩌면〉은 GAIA 시리즈 내에서 감정이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전환점이자, 작가가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처음으로 ‘느끼게 된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 눈동자는 질문이 된다.
“너는 나와 닮았는가?”
“너는 나였는가?”
영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관객은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응시당하는 기분을 겪는다.
When I first met its gaze, I almost stopped breathing—it looked so human that it terrified me, not out of fear, but because of a chilling thought: “What if I’m looking at myself right now?”
We didn’t just share similar genetic material; we seemed to share the same emotions.
Perhaps is a single-channel loop video that captures a close-up of a pig’s eye, filmed by the artist just before its slaughter.
The image shows no movement—only the silent stillness of one eye. Yet within that stillness, there is sorrow, fear, resignation, and something beyond expectation.
This motionless gaze is not merely that of an animal; it is the eye of a sentient being bearing emotions disturbingly similar to those of a human.
While filming, the artist sensed not just a visual resemblance, but an emotional and biological affinity—a visceral recognition of shared existence.
Through prior research, she had learned that a pig’s genome is remarkably similar to that of a human, which is why pig organs and corneas are sometimes used for transplantation.
But when she finally met the pig’s eye in person, that scientific fact transformed into an emotional shock—an uncanny, bodily understanding of kinship.
Perhaps marks a turning point within the GAIA series, the moment when emotion first begins to infiltrate the work.
It captures the instant the artist allows herself to feel rather than suppress.
That eye becomes a question:
“Are you like me?”
“Were you me?”
The video speaks no words, yet in its silence, the viewer feels as though they are being watched—faced with their own reflection through the gaze of another.
리듬
Rhythm
진료용 의자, 단채널 FHD 영상, 18분 34초, 가변설치, (퍼포먼스: 이희영 정육사), 2021
Medical examination chair, FHD single-channel video, 18 min 34 sec, variable installation, (Performance: butcher Heeyoung Lee), 2021

정육사의 손에서 ‘리듬’을 봤다. 너무 익숙한 손놀림, 살을 가르고 뼈를 추려내는 손의 패턴.
〈리듬〉은 도축 후 유통을 앞둔 돼지의 발골 과정을 외과적 연출로 재현한 영상 설치 작업이다.
〈어쩌면〉에서 눈을 마주했던 돼지가 이 작품에서 해체된다.
퍼포머로 등장한 이는 오랜 경력의 실제 정육사이며, 작가의 요청에 따라 외과 의사의 수술복을 착용한 채 백색의 공간, 스테인리스 작업대, 무영등으로 구성된수술실 같은 세팅 안에서 발골 작업을 수행한다. 첫 장면은 도축 고리에 매달린 돼지의 초점 잃은 눈으로 시작된다. 이후 정육사는 돼지의 몸을 안아내려, 작업대에 올려놓고 내장을 꺼내고, 머리와 다리를 절단하고, 척추를 분리하며 해체를 이어간다.
I saw a rhythm in the butcher’s hands—an all-too-familiar movement, a pattern of cutting through flesh and separating bone.
Rhythm is a video installation that reconstructs the dismemberment process of a slaughtered pig as a surgically staged performance.
The same pig whose eye was captured in Perhaps is dissected here.
The performer is a professional butcher with years of experience, who, at the artist’s request, wears a surgeon’s gown.
Within a sterile white space—complete with stainless-steel tables and shadowless surgical lamps—he performs the butchery as if conducting an operation.
The video opens with the unfocused eye of the pig hanging from the slaughter hook.
The butcher then lifts the body into his arms, lays it on the table, removes the organs, severs the head and limbs, and finally separates the spine—continuing the precise rhythm of disassembly.

관객은 이 영상을 병원에서 사용하는 진료용 의자에 앉아 관람하게 된다. 공간은 차갑고, 사운드는 병원 심박 측정기의 “삐… 삐…” 소리만이 울린다. 이 사운드는 관객을 정지된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마치 작품 속 돼지와 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듯한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나는 지금 이 작업대 위에 있는가?”“그는 나인가, 나는 그인가?” 그러나 영상이 진행되며 형체가 해체되고, 살점이 나뉘고, 고기가 유통될 규격대로 절단되는 순간, 관객의 감정 이입은 어느 순간부터 무감각한 관찰로 전환된다. 정확히 그 전환점이 어디인지 짚을 수는 없지만, 살점만이 화면을 채우기 시작하면, 그것은 더 이상 생명이 아니라 익숙한 식재료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관객이 앉은 의자는 병원 진료의자에서 영화관 의자로, 생명과 감정의 자리에서 소비와 거리감의 자리로 바뀐다.
The viewer watches the video while seated in a medical examination chair commonly used in hospitals.
The atmosphere is cold; the only sound is the steady “beep… beep…” of a heart monitor.
This sound locks the viewer in a state of suspended tension, evoking a sense that the boundary between the pig and the self has begun to collapse.
“Am I the one lying on the table?”
“Is he me, or am I him?”
As the video progresses—bodies dissected, flesh divided, meat cut into standardized portions for distribution—the viewer’s empathy gradually shifts into numb observation.
It is impossible to pinpoint the exact moment of this transition, yet once the screen is filled only with fragments of flesh, life no longer feels present; what remains resembles familiar food material.
The chair beneath the viewer transforms—from a hospital examination chair to a cinema seat, from a place of life and emotion to one of consumption and distance.


영상 마지막, 고기의 분할이 마무리되고 삐— 하는 심장박동 정지음을 끝으로 영상이 종료된다.
이 작업은 GAIA 시리즈의 감정 곡선이 가장 극단적으로 흔들렸다가 무너지는 지점이다. 감정은 이입되지만 결국 해체된다. 생명은 공감되지만 끝내 소비된다.
At the end of the video, the division of the meat is completed, and the sound of a flatline—beep—signals the cessation of a heartbeat, marking the close of the piece.
This work represents the point in the GAIA series where the emotional curve reaches its most extreme tremor—only to collapse.
Emotion is empathized with, yet ultimately dissected.
Life is recognized, yet inevitably consumed.

머리, 어깨, 무릎, 발
Head, Shoulders, Knees, and Feet
4쌍의 75인치 모니터와 거울, 가변설치, FHD 4채널 영상, 5분20초, 2021
Four pairs of 75-inch monitors and mirrors, variable installation, 4-channel FHD video, 5 min 20 sec, 2021

〈머리, 어깨, 무릎, 발〉은 〈리듬〉에서 해체된 돼지의 신체를 머리, 어깨, 무릎, 발 네 부위로 분류한 뒤, 각 부위를 민서기(고기 분쇄기)에 넣고 기계의 구멍을 통해 갈려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4채널 영상 설치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살점이 갈린다’는 이미지가 아니다. 살이 익명화되고, 정체성을 잃고, 감정 없는 상태로 분쇄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존재의 해체’로 다뤄진다.
촬영된 네 개의 영상은 각각 사람 키 높이의 대형 모니터 4대에 나눠 투사된다. 모니터는 공중에 매달려사방에서 내부를 향하도록 배치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 형성된 좁은 공간 안으로 관객이 한 명씩 들어가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 구조는 사방에서 고기 분쇄 영상이 덮쳐오는 공간 압박을 형성하고, 관객은 시청각적으로 살점 사이에 갇힌 채, 기계음과 고깃덩어리의 이미지 속에 파묻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운드는 민서기의 단조롭고 둔탁한 기계음뿐이며,정서적 여운이 아닌 공장 같은 반복과 소음의 패턴을 통해 감정의 진입을 차단한다.
모니터의 바깥면, 즉 관객이 외부에서 마주하게 되는 면은 모니터와 동일한 규격의 거울로 마감되어 있다.관객은 이 설치를 멀리서 볼 때, 자신의 전신이 네 개의 거울에 반사되어 둘러싸이는 구조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 거울의 뒷면에서는, 자신과 닮은 생명이 기계에 의해 갈려나가는 이미지가 흐르고 있다. 작가는 이 구조를 통해 “나와 거울 속 나, 그리고 갈려나오는 정체성 없는 고깃덩어리는 과연 얼마나 다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거울에 비친 나의 이미지와 그 뒤에서 영상으로 흘러나오는 형체 없는 고기는닮았다. 닮았기에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
〈머리, 어깨, 무릎, 발〉은 복층 구조의 전시장에서 2층의 〈리듬〉 바로 아래, 1층 중앙부에 정확히 대응되도록 설치되었다. 이 배치는 2층에서 수술실처럼 연출된 공간에서 해체된 돼지의 신체가 1층으로 낙하하여, 민서기에서 분쇄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감정적, 공간적 서사를 구성한다.
해체에서 분쇄로, 존재에서 고기로, 관계에서 익명으로의 전환. 그 흐름이 전시장 안에서 하나의 리듬처럼 완결된다. 이 작업은 Twins 시리즈에서 감정 이입의 마지막 잔여가 사라지는 지점이며, 관계가 아닌 익명화, 감정이 아닌 기계 리듬, 존재가 아닌 표면만 남는 감정의 종말점이다.
Head, Shoulders, Knees, and Feet is a four-channel video installation in which the pig’s body—previously dissected in Rhythm—is divided into four parts: head, shoulders, knees, and feet.
Each part is fed into a meat grinder, and the footage captures the moment the flesh emerges through the machine’s perforated openings.
What matters here is not simply the image of flesh being ground, but the process itself—the transformation of the body into an anonymous, emotionless mass.
The act of grinding becomes a metaphor for the dissolution of identity and the erasure of individuality, rendering existence into an indistinguishable substance.
The four videos are projected onto four human-scale monitors, each suspended in midair and facing inward to form a narrow chamber that a single viewer can enter.
Inside, the viewer experiences an overwhelming sense of spatial compression, surrounded on all sides by the images and sounds of the grinding process.
The soundtrack consists solely of the monotonous, heavy mechanical noise of the grinder—factory-like repetition that deliberately excludes any trace of emotional resonance.
The outer surfaces of the monitors are finished with mirrors of the same dimensions.
From the outside, viewers see their own full-length reflections multiplied and enclosed by four mirrored panels.
Yet behind those mirrors—on the reverse side—they are confronted with the image of flesh, stripped of form and identity, being ground to pieces.
Through this dual structure, the artist poses an unsettling question:
“How different am I from my reflection, or from the faceless flesh being consumed behind it?”
The mirrored body and the formless meat resemble each other—so much so that distinction collapses.
Installed directly beneath Rhythm within the two-story exhibition space, the work aligns both spatially and emotionally with the upper floor’s “operating room.”
The physical positioning suggests a downward flow: from dissection above to grinding below—from body to meat, from individuality to anonymity.
This sequence completes a rhythmic progression within the exhibition: disassembly → fragmentation → erasure.
Head, Shoulders, Knees, and Feet marks the moment in the Twins series where the last residue of empathy disappears—where relationship gives way to anonymity, emotion to mechanical rhythm, and existence to mere surface.

Cake
단채널 FHD 비디오, 1분 10초, 2021
FHD single channel video, 1min 10sec, 2021


〈Cake〉는 〈리듬〉에서 정육사에 의해 잘려 나온 돼지의 머리를 작가 본인이 직접 마주하고 우아한 테이블 세팅 속에서 먹는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작품이다.
작가는 여신처럼 연출된 흰 블라우스를 입고, 하얀 배경과 흰 천으로 덮인 테이블 위에 놓인 도축된 돼지의 머리를 조용히 응시한다. 그리곤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마치 디저트를 음미하듯 돼지의 코와 귀를 잘라내어 먹는다.
퍼포먼스는 격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조용하고, 너무 단정하며, 그래서 더 이상하다.
의례인가? 포식인가? 전리품인가?
이 퍼포먼스는 전쟁터에서 승자가 패배자의 코와 귀를 베어 전리품으로 삼던 역사적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이 장면에는 전쟁도, 승리도, 명확한 감정도 없다. 작가는 무감각하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살의 일부를 잘라낸다. 그것은 애정처럼 보이기도 하고, 잔인한 복수처럼도 보인다. 아니면 그냥 식사처럼도 보인다.
이 장면은 감정의 부재가 감정보다 더 강한 감각을 낳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것은 포식이 아닌 예배, 혐오가 아닌 음미.
〈Cake〉는 Twins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날카로운 반전을 제공한다.
이전 작업들이 감정의 침투 → 해체 → 분쇄 → 익명화로 이어졌다면, 이 작업은 다시 고개를 들고, 해체된 존재를 ‘맛보는’ 주체의 얼굴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얼굴조차, 감정을 느끼는 주체인지, 혹은 감정을 연기하는 소비자인지 불확실하다. 관객은 이 퍼포먼스를 통해 폭력이 너무 우아할 때, 잔혹함이 너무 정제되어 있을 때, 감정은 어디에 놓이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Cake is a video performance in which the artist confronts and consumes the severed head of a pig—previously butchered in Rhythm—within an elegant table setting.
Dressed in a white blouse, poised like a goddess, the artist sits before a white table covered with a white cloth.
She quietly gazes at the pig’s decapitated head placed before her, then lifts a fork and knife, delicately slicing off its nose and ear as if savoring a dessert.
The performance is not violent.
It is calm—too calm, too composed—and therefore deeply unsettling.
Is it a ritual? A feast? A trophy?
The scene recalls historical images of victors in battle taking the noses and ears of the defeated as trophies.
Yet here, there is no war, no victory, no explicit emotion.
The artist cuts into the flesh with a detached yet careful touch—an act that appears tender, vengeful, or simply mundane, depending on the viewer’s gaze.
This moment captures the paradox in which the absence of emotion becomes more intense than emotion itself.
It is not an act of predation, but of reverence; not disgust, but savoring.
Within the Twins series, Cake offers the quietest yet sharpest reversal.
While the preceding works trace a descent from emotional immersion to dissection, fragmentation, and anonymity, this work turns the gaze upward—revealing the face of the one who “tastes” the disassembled being.
Yet even this face remains uncertain: is it a sentient subject feeling emotion, or merely a consumer performing it?
Through this performance, the viewer is left with an unavoidable question:
When violence becomes too elegant, when cruelty is refined to perfection—where does emotion resi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