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ite Out
돼지 뇌, 아크릴, 가변설치, 2020
Pig brain, acrylic, variable installation, 2020



〈White Out〉은 죽은 돼지의 뇌를 전시장 중심부, 자연광이 강하게 쏟아지는 지점에 노출시킨 설치 작업이다.
작품은 아무 장식 없이, 뇌를 하나의 ‘생물학적 오브제’이자 ‘시간에 의해 변형되는 감정적 단서’로 제시한다.
처음엔 선명한 붉은빛을 띠던 뇌는 전시 기간 동안 점차 색이 바래고, 수분이 증발하며, 형체와 냄새가 변하고, 서서히 부패한다. 이 변화는 작가의 연출이 아닌, 온도, 공기, 햇빛, 미생물, 시간. 즉 자연의 리듬에 맡겨진 과정이다. 그러나 이 뇌는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본인이 무심하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마주한 억제된 감정의 형상이다.
〈White Out〉이라는 제목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하얀 공간을 가리키는 동시에, ‘화이트’로 감싸고 있던 무엇이 사라진 순간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 하얀 두개골은 화이트큐브의 축소판이며, 그 안에 숨겨진 붉은 뇌는 이성, 통제, 판단, 억제된 감정의 저장소이다.
나는 그 두개골을 벗겨냈다. 그리고 가장 연약하고, 무력하며, 부패하기 쉬운 기관인 뇌를 자연광 아래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그러나 이 설치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오히려, 넓게 비워진 전시장 한가운데 손바닥만 한 뇌 하나만을 놓음으로써, 관객에게 충분한 안전거리를 제공한다.
냄새는 퍼지지만, 감정은 직접적으로 분출되지 않는다. 공간은 하얗고 정제되어 있으며, 외형적으로는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러나 그 정제된 공간 한복판에서 뇌는 점점 부패하며 공간 전체에 조용한 긴장을 확산시킨다.
공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조용함은 점점 뇌를 중심으로 흔들린다. 작은 뇌 하나가 광활한 화이트큐브의 질서를 미세하게 교란시킨다.
이 배치는 감정은 작지만, 존재감은 크며, 억제된 감정일수록 더 깊게 공간을 휘감는다는 구조를 구현한다. 돼지의 뇌는 오랜 시간 하얀 두개골 속에서 통제되고 밀봉되어 있던 감정의 은유였다.
나는 그 뇌를 꺼내, 공기, 햇빛, 온도, 미생물, 화이트큐브 바깥의 자연적 요소에 노출시켰다. 뇌는 서서히 부패했고, 그 냄새의 분자들은 통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공간에 퍼져나갔다. 곧이어 전시장 안으로 파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이트큐브는 더 이상 차단하거나 보호하거나 드높이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더럽혀졌고, 침범당했으며, 마침내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여전히 억제된 긴장 안에 머물렀다. 무너진 것은 이성적 외피였지만, 감정은 여전히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이 순간, 화이트큐브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고, 그 중심에는 손바닥만 한 붉은 뇌 하나가 놓여 있었다.
White Out is an installation that exposes the brain of a dead pig at the center of the exhibition space—placed precisely where natural light pours in most intensely.
The work presents the brain without any adornment, as both a biological object and an emotional index transformed by time.
At first, the brain glows a vivid red, but over the course of the exhibition, its color fades, its moisture evaporates, its form and smell change, and it slowly decays.
This transformation is not a result of artistic manipulation, but of natural rhythms—temperature, air, sunlight, microorganisms, and time.
Yet the brain is not merely an organ; it is a material embodiment of the artist’s restrained emotion—something encountered with both detachment and caution.
The title White Out refers not only to a blindingly white space, but also to the moment when whatever was veiled in “white” disappears.
In this work, the white skull becomes a microcosm of the white cube, and the red brain within it stands as a metaphor for reason, control, judgment, and the repressed strata of emotion.
I removed the skull, exposing the most fragile, vulnerable, and perishable organ directly to sunlight.
However, this installation is not a spectacle of emotional outburst.
Instead, by placing a palm-sized brain at the vast center of an empty, purified gallery, the work offers viewers a safe psychological distance.
The smell spreads, but emotion does not erupt; the space remains white, sterile, and perfectly composed.
And yet, within that composure, the brain quietly decomposes, diffusing a subtle tension throughout the space.
The room says nothing, but its silence begins to tremble around the brain.
A single small organ imperceptibly disturbs the pristine order of the white cube.
This spatial arrangement embodies the paradox that the smaller the emotion, the greater its presence—that repressed feelings most deeply envelop a space.
The pig’s brain serves as a metaphor for emotion long sealed within the white skull of reason.
I extracted that brain and exposed it to air, sunlight, temperature, microorganisms—to the uncontrollable forces outside the white cube.
It decayed slowly, its molecular odor dispersing unpredictably through the gallery.
Soon, flies began to enter.
The white cube was no longer a place of separation, protection, or sanctity.
It was dirtied, invaded, and finally reclaimed by nature.
And yet, even then, emotion remained suspended in silence.
Reason’s shell had collapsed, but the feeling itself stayed submerged—quiet, heavy, unresolved.
In that moment, the white cube returned to nature, and at its center lay a single red brain, no larger than the palm of a hand.


이상한 꿈
A Strange Dream
돼지 피 250kg, PE, 호이스트, 가변설치, 2020
250 kg of pig’s blood, PE (polyethylene), hoist, variable installation, 2020


〈이상한 꿈〉은 돼지의 피 약 250kg을 방부처리 없이 투명 비닐에 밀봉한 채 전시장 공중에 매달아 놓은 설치 작업이다.
공기와 접촉하지 못한 피는 내부에서 서서히 온도를 가지며, 기포를 만들고, 색이 바래며, 시간과 중력에 의해 아래로 처지고 팽창한다.
나는 전시 마지막 날, 하얀 드레스를 입고 이 피를 직접 터뜨릴 예정이었지만, 공간의 안전성과 실행에 대한 논의 끝에 퍼포먼스는 유보되었다.
결국 피는 터지지 않았고, 그 내부에서 썩고 있었지만, 관객은 그것을 보기만 할 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적 사건에 접근할 수 없었다.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피 그 자체보다 ‘터뜨리지 못한 채 남은 상태’이다. 나는 피를 매달아놓았고, 그 아래에 서 있었고, 실행을 준비했지만, 결정적인 감정의 분출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한 꿈〉은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정된 폭발이 유예된 상태, 감정이 고여 있으나 흘러나오지 않는 장면으로 남았다.
전시장의 중심, 가장 깨끗하고 비워진 하얀 공간에 썩어가는 피가 고여 있다는 설정은 화이트큐브 자체를 감정의 봉인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화이트는 순결이 아니라 억제다. 비닐은 보호가 아니라 차단이다. 그리고 피는 상징이 아니라 아직 터지지 않은 감정의 실체다.
그 피는 나 자신이었다.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고, 기억나지만 믿을 수 없는, 한낱 이상한 꿈이었다.
A Strange Dream is an installation in which approximately 250 kilograms of pig’s blood, sealed without preservative inside transparent plastic bags, is suspended in midair at the center of the exhibition space.
Deprived of contact with air, the blood slowly warms from within, forming bubbles, fading in color, sagging downward, and swelling under the pull of gravity and time.
On the final day of the exhibition, I had planned to appear in a white dress and burst the suspended blood bag myself. However, after discussions about safety and feasibility, the performance was deferred.
In the end, the blood never burst. It decayed from the inside, but the audience could only look at it—unable to approach the emotional event unfolding within.
What matters in this work is not the blood itself, but its unburst state—the moment of suspension between intention and release.
I hung the blood, stood beneath it, prepared for the act—but the decisive outpouring of emotion never occurred.
Because the performance was never realized, A Strange Dream remained in a state of deferred explosion—a scene in which emotion stagnates but never spills.
The setting of decaying blood placed at the center of the pristine, white, emptied gallery transforms the white cube into a chamber of emotional containment.
White is not purity—it is suppression.
Plastic is not protection—it is separation.
And blood is not symbol—it is the unburst body of emotion itself.
That blood was me: something I wanted to speak but could not, something I remember but can hardly believe—nothing more than a strange dream.
